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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오픈AI 상장 레이스 — 그 위에 올라탄 창업자의 단가표가 흔들린다

게시일: 2026-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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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가 상장으로 달려가는 동안 가장 시끄러운 곳은 정작 주식 시장이 아니라 가격표다. 앤트로픽과 오픈AI가 같은 트랙에 오르면서, 둘 사이의 싸움은 그 위에 제품을 올린 창업자의 원가까지 끌어내리거나 묶어두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앤트로픽이 시리즈 H로 650억 달러를 끌어모으며 9,650억 달러라는 상장 직전 가치를 찍었다. 알티미터, 그린오크스, 드래고니어, 세쿼이아가 라운드를 이끌었고,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 같은 메모리 공급사까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불과 몇 달 전 8,520억 달러 가치에 1,220억 달러를 모은 오픈AI를 가치로 추월한 것이다. 두 회사 모두 상장 서류를 냈다. 앤트로픽은 6월 초 드래프트 S-1을, 오픈AI는 그 직후 비밀 S-1을 제출했고, 둘 다 가까운 시점의 공모를 향하고 있다.

숫자를 키운 동력은 엔터프라이즈다. 앤트로픽의 연환산 매출은 2025년 말 90억 달러에서 5월 470억 달러로 다섯 달 만에 다섯 배 넘게 뛰었다. 코딩 에이전트 클로드 코드가 견인했다. 램프의 AI 결제 지표에서는 처음으로 오픈AI보다 앤트로픽에 돈을 내는 회사가 더 많아졌고, ChatGPT의 생성형 AI 웹 트래픽 점유율은 1년 새 77.6%에서 53.7%로 내려앉았다. 점유율이 흔들리자 오픈AI는 토큰 단가 인하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동시에 두 회사 모두 연 단위 계약을 맺은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현재 가격에 묶어두는 장치를 붙이기 시작했다. 가격은 내려가는데, 그 가격을 받을 권리는 계약서로 잠긴다. 상장을 앞둔 두 거인이 시장 점유율을 두고 벌이는 정면 충돌이다.

창업자에게 의미하는 것

이 싸움의 1차 효과는 반갑다. 공급사 둘이 점유율을 두고 단가를 깎으면, 그 모델 위에 제품을 올린 창업자의 추론 비용도 함께 내려간다. 토큰값이 싸지면 그동안 단위경제가 안 맞아 미뤄둔 기능을 다시 켤 수 있다. 문제는 2차 효과다. 가격 경쟁이 격해질수록 두 회사는 고객을 묶어두는 쪽으로 움직인다. 연 단위 계약, 현재 단가 고정, 마이그레이션 비용을 깎아주는 전환 프로그램까지. 오픈AI가 클로드에서 넘어오는 엔터프라이즈에 코덱스 두 달 무료와 프롬프트·스킬·MCP 설정을 한 번에 옮기는 도구를 내건 게 그 신호다. 묶어두기와 빼오기가 동시에 벌어진다.

여기서 창업자가 직면하는 건 플랫폼 리스크다. 매출의 거의 전부를 떠받치는 모델이 두 회사 중 하나에 묶여 있다면, 그쪽의 가격 정책·약관·우선순위가 곧 내 제품의 마진과 로드맵을 결정한다. 상장 이후에는 이 압력이 더 세진다. 분기 실적을 의식하는 상장사는 적자 토큰을 무한정 보조하지 못한다. 지금의 공격적 인하가 영원하지 않다는 뜻이다. 두 회사가 매출 470억 달러와 8,520억 달러 가치를 들고 정면으로 부딪히는 시장에서, 모델 공급은 사실상 두 곳으로 집중돼 있다. 한 곳에만 코드와 프롬프트와 운영 노하우를 깊게 박아두면, 다음 가격 협상에서 협상력은 전부 상대에게 있다.

지금 취할 수 있는 행동

모델 호출 계층을 추상화해 둬라. 프롬프트와 도구 정의가 한 공급사의 SDK·포맷에 직접 박혀 있으면, 단가가 오르거나 약관이 바뀌어도 갈아탈 수가 없다. 라우팅 레이어를 두고 비용·품질에 따라 모델을 바꿀 수 있게 설계하면 그 자체가 협상 카드가 된다. 엔터프라이즈 계약을 맺을 땐 현재 단가 고정을 무조건 좋아하지 말고, 가격 인하 국면에서 그 고정이 당신을 비싼 가격에 묶는 건 아닌지 따져라. 인하 보도가 나온 시점이라면 단기 계약으로 버티다 더 낮은 단가에 재계약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그리고 두 공급사의 상장 일정과 실적 가이던스를 원가 신호로 읽어라. 적자를 감수하던 비상장 시절의 단가는, 분기 실적에 쫓기는 상장사가 되는 순간 다시 올라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