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술
메모리가 3~5년 단위로 잠긴다 — '연 단위 흥정'이 끝난 자리에서 하드웨어 창업자의 BOM
게시일: 2026-06-25
마이크론은 16건의 전략 고객 계약으로 14건만으로도 최소 1,000억 달러 매출 바닥을 깔았고, DRAM 물량의 20%가 장기계약에 묶였다. 삼성·SK하이닉스도 연 단위 계약을 버리고 3~5년 장기계약으로 갈아탔다. 공급이 다년 계약에 잠기는 지금, 하드웨어·AI 스타트업의 부품원가와 컴퓨트 비용이 구조적으로 바뀐다.
무슨 일이 있었나
마이크론이 2026 회계연도 3분기(35월)에 매출 415억 달러, 영업이익 337억 달러, 영업이익률 81%를 찍었다. 매출은 1년 전보다 345.7% 늘었고, 데이터센터 서버 메모리만 250억 달러를 넘겼다. 숫자보다 중요한 건 계약 구조의 변화다. 마이크론은 데이터센터·소비자·차량 부문에 걸쳐 16건의 전략 고객 계약(SCA)을 맺었다. 이 계약은 지금 DRAM 물량의 20%, 낸드의 33%를 차지하고, 완료 시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길 전망이다. 이미 체결된 14건만으로 최소 1,000억 달러의 매출 바닥이 깔렸고, 가격 하한은 직전 사이클 고점을 웃돈다. 같은 흐름이 한국 두 회사에도 번졌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빅테크와의 1년 단위 단기계약을 버리고 35년 장기계약(LTA) 모델로 갈아탔다. 삼성은 올해부터 신규 계약에 최소 3년 LTA를 적용하는 정책을 깔았고, AMD·마이크로소프트·구글과 3년 공급을 협상 중이다. SK하이닉스는 구글과 5년짜리 범용 DRAM 계약(차세대 HBM 공급 조건으로 2년 연장 가능)을, 마이크로소프트와는 “수십조 원” 규모의 3년 DDR5 장기계약을 추진한다. 계약에는 가격 하한과 계약액의 10~30% 선급금이 붙는다.
창업자에게 의미하는 것
핵심은 ‘공급이 잠겼다’는 사실이다. 메모리 제조사가 향후 35년 물량의 큰 덩어리를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메타·알리바바·바이트댄스 같은 하이퍼스케일러에게 미리 팔아치웠다. 이건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 접근권의 재편이다. 과거엔 메모리값이 비싸도 돈만 내면 살 수 있었지만, 이제 물량 자체가 다년 계약에 묶여 시장에 풀리지 않는다. 하드웨어를 만드는 스타트업에는 부품원가표(BOM)의 전제가 무너진다는 뜻이다. DRAM 현물가는 2025년 4분기에 1년 전의 거의 세 배가 됐고, 트렌드포스는 1분기 DRAM 계약가가 전 분기 대비 9095% 뛰었다고 본다. 가트너는 올해 DRAM 가격이 47% 오를 것으로 본다. 로봇, 엣지 디바이스, AI 가속기를 얹은 제품을 설계하는 창업자라면, 견적을 받을 때 가격뿐 아니라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느냐’를 먼저 물어야 한다. AI 스타트업에는 더 간접적이지만 더 깊은 타격이다. 메모리가 잠기면 GPU 서버 단가가 오르고, 그 비용은 클라우드 추론 가격으로 흘러내려 결국 토큰값에 찍힌다. 네이버·카카오가 자체 데이터센터에 미리 메모리를 확보하려는 것도, 이 공급 잠금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다. 공급이 부족하면 큰 고객이 먼저 챙기고, 작은 회사는 남은 걸 비싸게 줍는다. 마이크론은 공급 부족이 2027년까지 빡빡하고 2028년쯤 풀린다고 보지만, AI·로봇 수요가 그 공급 증가를 또 앞지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 취할 수 있는 행동
먼저 하드웨어 제품이라면 메모리 견적의 유효기간과 물량 보장을 계약서에 명시하라. 단가만 보고 BOM을 짜면, 양산 시점에 물량을 못 받아 출시가 밀린다. 둘째, 단일 메모리 등급에 설계를 묶지 마라. 가장 비싸고 가장 잠긴 등급(최신 HBM·DDR5) 대신, 같은 성능을 한 단계 낮은 등급으로 낼 여지를 설계 단계에서 확보하라. 셋째, AI 제품이라면 컴퓨트 비용 상승을 시나리오에 미리 넣어라.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GPU 단가를 통해 추론 가격을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전제로 가격과 마진을 다시 짜라. 넷째, 장기 물량이 필요하면 일찍 줄을 서라. 공급이 다년 계약에 잠기는 시장에서는 늦게 들어온 작은 주문이 가장 불리하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