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M&A
은행이 AI·딥테크 창업가를 줄 세운다 — 디노랩이 던지는 신호
게시일: 2026-06-25
우리금융이 디노랩을 통해 핀테크를 넘어 AI·딥테크 비금융 혁신기업을 집중 발굴한다. 9년간 199개사를 키웠고 직·간접 투자만 3,710억 원. 은행이 단순 후원자가 아니라 딥테크 창업의 파이프라인을 직접 짓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AI·딥테크 창업가가 이 흐름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건.
무슨 일이 있었나
디노랩은 우리금융이 운영하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이름은 ‘스타트업이 공룡(디노)으로 자라는 실험실’이라는 뜻을 담았다. 출발은 핀테크였지만, 지금은 자회사 우리벤처파트너스의 투자 역량을 등에 업고 AI·딥테크처럼 금융 밖의 기술기업까지 발굴 범위를 넓혔다. 규모가 작지 않다. 9년 동안 199개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했고, 우리금융의 직·간접 투자액은 3,710억 원에 이른다. 운영 방식도 3단계로 정리돼 있다. 발굴·육성 단계에서는 사무공간, 멘토링, 컨설팅, IR을 제공하고, 사업 협업 단계에서는 PoC와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스타트업 기술을 우리은행 같은 계열사 서비스에 실제로 붙인다. 스케일업 단계에서는 CVC와 펀드를 통한 지분 투자, 신용 공급까지 이어진다. 센터도 서울 강남·관악, 경남, 충북, 부산, 전북에 두고 베트남 하노이까지 합쳐 7곳을 굴린다. 은행이 돈만 대는 후원자에서, 발굴부터 PoC, 투자, 계열사 연결까지 한 줄로 잇는 액셀러레이터로 바뀌었다.
창업자에게 의미하는 것
국내 5대 금융지주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대출 자산을 굴리던 은행이 벤처캐피털처럼 변하면서, AI·딥테크 스타트업에 직접 베팅하는 흐름이 굳어지는 중이다. 창업가 입장에서 이건 두 가지를 바꾼다. 첫째, 자금줄이 하나 더 생긴다. 일반 VC와 달리 금융지주 액셀러레이터는 전략적 목적이 분명하다. 자기 고객·채널·규제 노하우를 스타트업 기술과 합쳐 계열사 서비스를 키우려 한다. 그래서 ‘재무적 수익’보다 ‘사업 시너지’를 본다. 둘째, 그게 곧 첫 B2B 레퍼런스가 된다. PoC를 통과해 우리은행 서비스에 기술이 실리면, 까다로운 금융사 한 곳을 고객으로 확보한 셈이다. 이 레퍼런스는 다음 영업과 다음 투자 라운드에서 그대로 무기가 된다. 다만 함정도 분명하다. 전략적 투자자는 자기 사업 방향에 스타트업을 끌어당긴다. 한 금융지주의 워크플로에 너무 깊이 맞추면 다른 고객에게 팔 범용성이 깎인다. 들어가기 전에 ‘이 협업이 내 제품을 더 넓게 만드는가, 한 고객 전용으로 좁히는가’를 따져야 한다.
지금 취할 수 있는 행동
먼저 자기 기술이 금융지주의 ‘풀어야 할 문제’와 맞닿는지부터 보라. 여신 심사, 이상거래 탐지, 고객 응대, 내부 자동화처럼 은행이 실제로 비용을 쓰는 영역에 닿을수록 PoC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둘째, 지원 시점에 ‘PoC 이후’를 미리 설계하라. 액셀러레이터의 진짜 가치는 사무공간이 아니라 계열사 서비스에 기술을 붙이는 단계에 있다. 그 단계까지 갈 수 있는 성숙도인지 솔직히 점검하라. 셋째, 전략적 투자와 독립성의 균형을 계약 전에 정하라. 지분 비율, 독점 조항, IP 귀속을 흐릿하게 넘기면 다음 라운드에서 발목 잡힌다. 넷째, 디노랩 한 곳만 보지 마라. 5대 금융지주가 비슷한 프로그램을 굴리는 만큼, 자기 도메인과 가장 잘 맞는 곳을 골라 동시에 두드리는 편이 협상력을 높인다.
참고 자료
- 우리금융그룹 디노랩 모집 공고 — 벤처스퀘어
- 임종룡號 우리금융 '디노랩', 벤처 190곳 지원…'전세지킴이' 서비스 연계도 — 한국금융신문
- AI가 예·적금, 대출 상담…'디노랩'으로 스타트업 키워 —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