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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에너지

AI 인프라로 1조 달러가 움직이는 동안 한국의 전력 승인률은 1.9%였다

게시일: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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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달러짜리 새 회사가 사겠다고 적어 둔 목록

6월 11일 사모펀드 운용사 KKR이 헬릭스 디지털 인프라라는 회사를 새로 세웠다. 사모펀드는 여러 기관 투자자의 돈을 모아 기업이나 실물자산을 통째로 사들이는 투자회사를 말한다. 헬릭스에 붙은 장기 자본은 100억 달러가 넘고, 대표는 아마존웹서비스 CEO를 지낸 애덤 셀립스키다. 앵커 투자자 명단에는 KKR과 쿠웨이트투자청, 엔비디아, 그리고 전력회사 비스트라가 올라 있다.

눈여겨볼 건 회사 이름이 아니라 이 회사가 사겠다고 밝힌 자산 목록이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개발과 운영이 첫 줄이고, 그다음이 기저 발전과 유연 발전, 송배전 인프라, 광케이블이다. 하이퍼스케일은 아마존이나 구글처럼 수만 대 규모로 서버를 굴리는 사업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정리하면 서버가 들어갈 건물뿐 아니라 그 건물에 전기를 밀어 넣는 설비까지 한 회사가 통째로 갖겠다는 구성이다. 앵커 투자자로 들어온 비스트라의 발전 설비는 올해 말 5만 메가와트에 육박할 전망이다. 비스트라 CEO 짐 버크는 발전과 계통 접속이 AI 인프라를 깔 때 결정적인 관문이라고 말했다.

건수는 5년 만에 가장 적은데 금액은 1조 달러였다

삼정KPMG가 낸 「글로벌 PE 투자 동향과 2026년 하반기 전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사모펀드 투자는 1조 달러였다. 건수로는 9,294건인데, 5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돈은 그대로인데 거래 숫자가 줄었다는 건 한 건당 규모가 커졌다는 뜻이다. 업종별로는 기술·미디어·통신에 3,547억 달러, 에너지·천연자원에 1,492억 달러가 들어갔다. 상반기 최대 거래로 꼽힌 게 앞의 헬릭스 출범이었다.

이 조합이 창업자에게 무슨 뜻인지가 중요하다. 자금이 소프트웨어 지분에서 발전소와 부지 쪽으로 옮겨 앉으면, AI 원가에서 계산이 안 되던 항목이 계약서 위로 올라온다. 전기를 먼저 확보한 쪽이 그 확보 비용을 회수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그 전기를 쓰는 사람에게 장기 계약으로 나눠 받는 것이다. 참고로 같은 기간 국내 사모펀드 투자는 56억 달러, 69건으로 위축됐다.

한국에서는 그 값이 이미 임대료에 찍혀 있다

CBRE 코리아가 7월 12일 낸 보고서에 그 값이 숫자로 나와 있다. 2026년 3월 누적 기준으로 수도권 데이터센터 전력계통영향평가 1차 기술검토 신청은 522건, 3만 3,592메가와트였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대규모 전기 설비를 전력망에 붙여도 되는지 미리 심사하는 제도다. 이 가운데 279건, 1만 8,050메가와트가 공급불가 판정을 받았고 243건이 1차 검토를 통과했다. 본심사까지 올라간 건 24건, 최종 승인은 10건, 1,010메가와트였다. 신청 건수의 1.9%, 신청 용량의 3%다.

그래서 이미 전기가 붙어 있는 자리의 값이 오른다. 같은 보고서에서 수도권 데이터센터 임대료는 킬로와트당 2019년 14만 원에서 2025년 25만 원으로 올랐다. 5년 사이 70%가 넘는 상승이다. 100킬로와트를 쓰는 팀이라면 월 1,400만 원이던 자리값이 2,500만 원이 됐다는 뜻이다. 공실률은 5%를 밑돌고, 수요의 88%를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와 국내 대형 테크 플랫폼이 가져간다. 남은 12%를 두고 나머지가 붙는 시장이다.

견적서에서 전력 조항부터 찾자

코로케이션이나 GPU 임대 견적을 받을 때 단가만 보지 말고 전력 관련 조항을 먼저 펼쳐 보자. 전기요금이 오르면 그대로 청구서에 얹히는 연동 조항인지, 계약 기간 동안 고정인지에 따라 2년 뒤 실제 지출이 갈린다. 지금 국내에서는 이 조항이 협상 여지가 가장 좁은 자리다.

신규 부지를 근거로 “내년에 몇 메가와트가 열린다”는 제안을 받으면 그 사업이 심사의 어느 단계인지 물어보는 게 낫다. 1차 기술검토 신청, 1차 통과, 본심사 진입, 최종 승인은 전부 다른 단계다. 522건이 신청했고 243건이 1차를 통과했는데 최종 승인은 10건이다. “심사 중”과 “승인”의 거리가 이만큼 벌어져 있다.

아직 답이 없는 쪽은 그다음이다. 헬릭스처럼 발전까지 직접 쥔 회사가 얻는 원가 우위가 임차인 요금표로 얼마나 내려오는지는 어느 계약서에도 아직 안 적혀 있다. 발전을 끼고 지은 첫 캠퍼스의 임대 조건이 공개되면 그때 비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