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에너지
삼성물산이 적은 상용로 우선권, 카이로스 발표문에는 없는 한 줄
게시일: 2026-09-22
요약
카이로스 파워는 9월 21일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투자 조건 합의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지분 투자 7천만 달러와 현물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합쳐 최대 1억 달러를 투입하고, 구글에 전력을 공급할 50메가와트급 실증로 헤르메스 2의 통합 EPC 팀에 합류한다. 삼성물산은 하루 뒤 상용로 EPC 수행 우선권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Mr. Latte 의 시각
금액보다 더 무게가 실리는 대목은 삼성물산 보도자료에만 담긴 상용로 EPC 우선권이다. 헤르메스 2는 구글 계약 약 500메가와트 가운데 첫 50메가와트라서, 우선권이 나머지 상용로 전체에 적용된다면 카이로스가 앞으로 시공사를 고를 폭은 그만큼 좁아진다. 원자로 핵심부를 직접 쥐는 분담은 지켰지만, 그 바깥 공정의 다음 계약 상대는 투자자의 발표문에 먼저 적혔다.
1억 달러 가운데 지분 투자는 7천만 달러다
카이로스 파워는 9월 21일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구속력 있는 투자 조건 합의서(binding term sheet)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삼성물산은 직접 투자와 현물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합쳐 최대 1억 달러를 제공한다. 이 합의는 규제 당국의 승인을 조건으로 하며, 테네시주 오크리지에 짓는 헤르메스 2 실증 플랜트를 완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카이로스 대변인은 이 가운데 지분 투자가 7천만 달러라고 밝혔다. 나머지 최대 3천만 달러는 현금이 아니라 삼성물산이 맡는 엔지니어링 업무에 해당한다.
헤르메스 2는 전기출력 50메가와트 규모로, 테네시강유역개발공사(TVA) 전력망에 연결되는 실증로다. 카이로스는 2024년 12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서 건설 허가를 받았고 2026년 4월 착공했다. 이 발전소가 내는 50메가와트는 구글과 맺은 다수 원자로 개발 계약의 첫 물량이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구글은 2024년 가을 카이로스와 계약해 2035년까지 약 500메가와트를 낼 원자로를 짓도록 했다.
삼성물산은 이 거래 전부터 이미 카이로스와 협력하고 있었다. 카이로스 발표문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카이로스, 미국 건설사 바너드 컨스트럭션은 8월 18일 사업 수행의 틀을 마련하는 3자 양해각서를 맺었다. 이번 합의는 그 후속 조치다.
하루 차이로 나온 두 발표문이 갈리는 네 곳
삼성물산은 하루 뒤인 9월 22일 국내 보도자료를 냈다. 같은 거래를 다루지만 발표 내용은 네 곳에서 다르다.
첫째는 문서의 단계다. 카이로스는 조건 합의서에 이미 서명했다고 과거형으로 발표했다. 삼성물산은 23일 뉴욕 기후 주간(Climate Week NYC) 기간에 JP모건이 주관하는 행사와 연계해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는다고 알렸다. 둘째는 금액이다. 카이로스는 현물을 포함한 최대 1억 달러라고 밝혔고, 삼성물산은 약 7천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자료에는 현물 서비스 몫이 따로 나오지 않는다.
셋째는 가동 시점이다. 삼성물산은 자료에서 헤르메스 실증로의 가동 목표를 2031년으로 제시했다. 테크크런치는 카이로스가 헤르메스 2의 가동 시작을 2030년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카이로스 발표문에는 가동 연도가 없다.
가장 큰 차이는 넷째다. 삼성물산은 이번 협약으로 카이로스가 앞으로 미국에 지을 상용로의 설계, 조달, 시공(EPC) 수행 우선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카이로스 발표문에는 삼성물산이 다른 파트너들과 함께 카이로스가 이끄는 통합 EPC 팀에 합류한다고 적혀 있을 뿐, 우선권이라는 표현은 없다. 우선권이 무엇을 뜻하는지, 어떤 조건에서 생기고 사라지는지는 두 발표문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원자로 핵심부는 카이로스가 쥔다
역할을 어떻게 나눴는지는 카이로스 발표문이 더 자세하다. 삼성물산 자료는 헤르메스 실증로의 설계와 시공성 검토 등에 참여한다고 적었다. 카이로스 발표문에 따르면 카이로스는 원자로 기술과 원자로 핵심 설비인 뉴클리어 아일랜드의 설계, 제조, 조달, 시공을 이끈다. 삼성물산은 일부 설계와 시공을 돕고, 처음에는 발전 계통과 보조 설비(balance of plant)에 집중한다. 카이로스의 프로젝트 관리 조직은 개발과 건설 전 과정에서 공정과 원가를 관리하고 사업 수행을 감독한다.
이 분담은 카이로스가 내세워 온 방식과 맞닿아 있다. 카이로스는 핵심 설비를 직접 설계하고 제조하는 수직 계열화, 그리고 실증을 거듭하며 설계를 다듬는 단계적 개발을 사업 방식으로 설명해 왔다. 투자를 받으면서도 기술과 핵심 설비는 내주지 않고, 대형 건설사에는 발전 계통과 보조 설비부터 맡긴 셈이다. 삼성물산의 경력도 이 역할에 맞는다. 카이로스 발표문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아랍에미리트의 바라카 원전과 국내 울진 5, 6호기를 포함해 원전 10기, 12기가와트를 건설했다.
우선권이라는 말은 계약서에서 다시 찾아야 한다
전략적 투자자가 지분과 함께 사업 관계를 묶어 가는 거래는 이번 달 삼성 계열에서만 두 번 나왔다. 9월 초 삼성전자는 미스트랄의 시리즈 D를 이끌었고, DS부문은 미스트랄 라지를 바탕으로 반도체 설계와 제조용 모델을 함께 만들기로 했다. 카이로스 거래에서 삼성물산이 가져간 것은 헤르메스 2의 일부 공정과 자사 발표문에 적은 상용로 EPC 우선권이다.
창업자가 이 거래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투자 금액보다 우선권 한 줄이다. 구글 계약 전체는 약 500메가와트이고, 헤르메스 2는 그중 첫 50메가와트다. 나머지를 채울 상용로에서 먼저 일할 권리가 누구에게 있느냐에 따라 스타트업이 다음 시공사를 고르고 값을 정할 때 선택지가 좁아질 수 있다. 투자자가 자기 주주에게 설명하는 문장과 스타트업이 고객에게 설명하는 문장이 다를 때는 서명한 문서가 기준이다.
카이로스는 이번 합의가 규제 당국 승인을 조건으로 한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이 밝힌 협약식 날짜는 23일이다. 우선권이 상용로 전체에 적용되는지, 삼성물산이 맡은 발전 계통과 보조 설비에만 적용되는지는 협약 이후 나올 문서에서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