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정책
AI가 대신 써주는 시대에 왜 문해력에 웃돈이 붙나
게시일: 2026-08-18
글값이 떨어지자 읽는 값이 올랐다
채용 공고에 ‘AI 활용 능숙’을 적는 회사는 흔해졌는데, 그 능력을 확인하는 회사는 여전히 드물다. 값은 이미 매겨지는 중이다. 맨파워그룹이 6월에 발표한 3분기 고용전망조사에서 아시아태평양·중동 11개국 고용주 13,168명 중 69%가 AI 리터러시를 갖춘 사람에게 웃돈을 주겠다고 답했다. AI 모델·애플리케이션 개발 기술(68%)보다 반 발 앞선 숫자다. 소프트스킬 쪽에서는 소통·협업(74%)과 비판적 사고·문제해결(71%)이 상위였다.
여기서 AI 리터러시는 코딩 능력이 아니다. AI에게 일을 정확하게 시키고, 나온 결과물을 믿을지 말지 판별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EU AI법이 정의하는 리터러시에도 기술 이해와 함께 ‘출력을 적절하게 해석하는 능력’이 들어 있다. 이런 능력의 값이 개발 기술을 근소하게나마 앞질렀다는 게 이 조사에서 챙길 대목이다.
유럽은 이걸 회사의 의무로 만들었다
EU AI법 제4조는 AI 시스템을 제공하거나 업무에 쓰는 조직에게 관련 인력의 AI 리터러시를 확보할 조치를 요구한다. 조항 자체는 2025년 2월 2일부터 적용됐지만 그동안은 어겨도 제재할 감독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안내에 따르면 2026년 8월 3일부터 감독·집행 규정이 적용되어, 제품이 규제를 지키는지 단속하는 기관인 각국 시장감시당국이 자국법에 따라 위반을 제재할 수 있다. 대상 범위도 넓다. 직원에 더해, 회사를 대신해 AI를 운용하는 외주 인력과 계약자까지 들어간다.
7월 중순, EU가 디지털 규제 여러 건을 한꺼번에 손보는 일괄 개정안(디지털 옴니버스)을 통과시키면서 요구 수위는 오히려 명확해졌다. ‘충분한 수준’ 같은 모호한 문구가 빠지면서 개인별로 지식을 측정할 의무는 없다고 정리됐다. 요구되는 것은 리터러시를 키우는 조치이고, 집행위는 그 내용을 내부 기록으로 남겨 두라고 안내한다. EU 시장에 AI 기능이 든 제품을 내놓거나 EU 쪽 조직에서 AI 도구를 업무에 쓰는 스타트업이라면 규모와 무관하게 적용 대상이다.
한국은 법 대신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도 올해 1월 22일부터 인공지능기본법이 시행 중이지만 설계가 반대다. 교육은 제21조(전문인력의 확보)처럼 정부가 양성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지원 조항으로 들어가 있고, 회사에 직원 교육을 요구하는 조항은 없다. 회사의 의무 대신 국가의 숙제로 적혀 있는 셈이다.
대신 도착한 것은 성적표다. OECD가 31개국 성인 약 16만 명을 조사해 2024년 12월 발표한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첫 조사 후 약 10년 만의 두 번째 조사)에서 한국 성인(16~65세)의 언어능력은 249점으로 OECD 평균 260점을 밑돌았다. 수리력(253점 대 263점)과 적응적 문제해결력(238점 대 251점)까지 세 영역 전부 평균 아래다. 1위 핀란드는 언어능력 296점이다. AI 출력에서 이상한 데를 짚어내는 판별은 기초 읽기 위에 쌓이는 기술이라, 기초 점수가 평균 아래라는 결과는 그 위층의 능력을 갖춘 사람을 구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 된다.
다음 채용에서 바로 해볼 검증
이력서의 도구 목록은 신호가 약하다. 도구를 만져 본 사람은 많고, 출력을 의심할 줄 아는 사람은 적기 때문이다. 실무 과제 하나가 더 많은 걸 보여준다. AI가 쓴 시장 요약에 틀린 숫자 하나와 지어낸 인용 하나를 심어 두고, 지원자에게 이 문서에서 못 믿을 곳을 표시해 달라고 맡겨 보면 판별 능력이 갈린다. 답을 얼마나 빨리 내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의심했느냐를 본다.
EU 시장에 제품을 팔거나 EU 쪽 인력을 두고 있다면 오늘부터 역할별 교육 내역을 문서로 남기는 게 실속 있는 대응이다. 당국이 물을 때 가장 먼저 보여줄 근거가 누가 언제 무슨 교육을 받았는지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팀 안에 이 능력이 없다면 정규 채용만 기다릴 이유도 없다. 스타트업XO의 Human Deck에서 분야별로 지금 연결 가능한 인재를 볼 수 있고, 검증까지 묶어 일감 단위로 맡기려면 위플 같은 외주 경로가 빠르다. 남은 변수는 집행의 실제 강도다. 제4조의 ‘조치’로 인정되는 최소선이 어디인지는 각국 감시당국의 첫 제재 사례가 나와야 보인다.
참고 자료
- AI literacy - Questions & Answers · European Commission
- Skills Remain in Focus as Hiring Momentum Moderates Across APME in Q3 2026, ManpowerGroup Survey Finds · ManpowerGroup
- Survey of Adult Skills 2023: Country Notes - Korea · OECD
-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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