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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커머스

로블록스 위의 스튜디오는 이번 분기 매출을 스스로 정하지 못했다

게시일: 2026-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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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90억 달러

7월 31일 로블록스 주가는 26.9% 떨어져 35.60달러로 마감했다(GuruFocus). 하루 만에 사라진 시가총액이 약 90억 달러다(TheStreet). 상장 이후 최악의 하루였다.

2분기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매출은 14억 7,000만 달러로 36% 늘었고, 예약매출은 15억 6,000만 달러로 8% 증가해 가이던스 하단에 걸쳤다. 순손실은 1억 8,500만 달러로 전년 2억 8,000만 달러에서 줄었고, 잉여현금흐름은 2억 9,400만 달러로 66% 늘었다. 일간 활성 이용자는 1억 2,300만 명으로 10% 늘었고 이용 시간은 290억 시간으로 5% 늘었다.

무너진 건 앞으로였다. 3분기 예약매출 전망치가 15억 7,600만 달러에서 16억 5,300만 달러 사이, 전년 대비 14~18% 감소였다. 연간 전망은 아예 철회했다. 성장하던 회사가 다음 분기에 두 자릿수로 역성장한다고 스스로 예고한 것이다.

회사가 밝힌 원인이 이 사건을 특이하게 만든다. 외부 충격도, 새 경쟁자도, 규제도 아니었다. 자기가 4월에 바꾼 추천 알고리즘이었다.

바뀐 건 순위가 아니라 채점 기준

로블록스가 4월에 손댄 건 어떤 게임을 위로 올릴지 정하는 잣대다. 기존에는 7일 잔존율을 봤고, 이제는 28일 잔존율을 본다. 한 주 동안 붙잡았느냐에서 한 달 동안 붙잡았느냐로 채점 기준이 옮겨 갔다.

주주서한의 표현은 더 노골적이다. 이 변경이 “단기 수익화를 희생하면서 잔존율이 높은 게임에 더 많은 노출을 의도적으로 제공한다”고 적혀 있다. 의도적이라는 단어가 문장 안에 있다. 부작용이 아니라 설계였다는 뜻이다.

CEO 데이비드 바수츠키는 영향이 몰린 곳을 짚었다. 미국 13세 미만 이용자층이며, 단기 수익화에 기댄 게임의 노출 빈도가 낮아진 형태로 나타났다고 했다. CFO 나빈 초프라의 설명은 재무 쪽에서 더 선명하다. 예상보다 큰 폭으로 “수익화가 높은 2025년 빈티지 바이럴 게임에서 시간당 수익화가 낮은 신작과 스테디셀러 경험으로” 이용이 옮겨 갔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순서가 이렇다. 플랫폼이 좋은 게임의 정의를 바꿨고, 그 정의에 맞춰 노출을 재배분했으며, 재배분된 노출을 따라 돈이 움직였다. 본사가 이 재배분으로 잃은 몫은 분기 예약매출 전망 14~18%라는 숫자로 공개됐다. 그 아래 개별 스튜디오가 잃거나 얻은 몫은 어디에도 공시되지 않는다.

트래픽은 멀쩡한데 매출이 무너진다

창업자가 가져갈 건 주가가 아니다. 숫자 두 개의 방향이 갈라졌다는 사실이다. 이용자는 10% 늘었고 이용 시간은 5% 늘었는데 매출 전망은 14~18% 줄었다. 사람은 떠나지 않았다. 돈만 다른 문으로 나갔다.

UGC 플랫폼 위에 사업을 올린 팀의 매출은 사실 곱셈이다. 내가 만든 것에 플랫폼이 배분한 노출을 곱하고, 거기에 플랫폼이 정한 정산 단가를 다시 곱한다. 뒤의 두 항은 내 손에 없다. 그리고 로블록스는 올해 그 두 항을 모두 건드렸다. 4월에 노출 기준을 갈아엎었고, 6월 8일에는 미국에서 성인 인증을 마친 18세 이상 이용자의 결제분에 대해 로벅스당 0.0054달러, 기존보다 42% 높은 별도 정산 요율을 새로 만들었다. 회사는 미국 18~34세 이용자층이 전년 대비 50% 넘게 늘었고 18세 미만보다 50% 높게 수익화된다고 근거를 댔다.

같은 게임을 같은 창작자가 운영해도 결제한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정산 단가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어린 이용자에게서 단기로 뽑아내는 쪽은 노출이 줄고, 성인 이용자에게서 버는 쪽은 정산이 오른다. 플랫폼이 자기 이용자 구성을 갈아타는 중이고, 그 위의 창작자 포트폴리오도 같이 갈아타게 만드는 중이다.

여기서 진짜 이례적인 대목은 숫자가 공개됐다는 점이다. 앱스토어 랭킹, 유튜브 추천, 네이버 검색 노출, 쿠팡 상품 노출은 모두 같은 일을 하지만 조정했다는 사실도 그 대가도 밝히지 않는다. 로블록스는 상장사라 자기가 만든 재배분의 청구서를 분기 가이던스에 적어야 했고, 덕분에 그 위의 스튜디오들은 평소라면 볼 수 없는 숫자를 봤다. 발견성이 남의 자산이라는 말은 원래 추상적인데, 이번에는 금액이 붙었다.

지금 확인할 것

먼저 자기 매출을 두 갈래로 쪼개 보자. 플랫폼 추천이나 검색으로 처음 들어온 세션에서 나온 돈과, 이미 아는 사람이 직접 찾아와서 낸 돈을 나눈다. 앞쪽 비중이 절반을 넘으면 그 절반은 실력이 아니라 배분받은 몫이다. 이 비율을 모르는 채로 성장률을 자기 공로로 읽고 있는 팀이 생각보다 많다.

채점 기준이 어디로 움직였는지도 봐야 한다. 지금 노출을 가져가는 쪽은 28일 뒤에도 돌아오는 이용자를 만든 게임이다. 첫 세션에서 결제를 끌어내도록 설계한 팀은 그 설계가 자기 유통을 깎아먹는 구간에 들어와 있다. 국내 앱마켓이나 커머스 플랫폼도 방향이 다르지 않다. 설치나 첫 구매가 아니라 재방문과 유지가 노출 배분의 변수로 들어온 지 오래다.

정산 단가를 상수로 놓은 매출 모델도 고칠 때다. 로블록스는 한 해 안에 요율 체계를 새로 만들었고, 그건 특정 이용자층에만 적용되는 조건부 요율이었다. 단가를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범위로 두고, 상단과 하단에서 각각 무엇을 포기할지 미리 정해두는 편이 낫다.

마지막으로, 플랫폼 하나에 매출 대부분이 걸려 있다면 대체 채널을 실험할 시점은 지금이다. 로블록스가 4월에 바꾼 것을 시장이 7월 말에야 알았다는 사실이 그 시차를 보여준다. 배분이 바뀐 뒤에 움직이면 이미 한 분기가 지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