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정책
같은 조문이 납품 대금을 25일 당겨 주고 25일 당겨 간다
게시일: 2026-09-19
요약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9월 1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직매입 대금은 상품수령일로부터 60일에서 35일로, 특약매입과 위수탁, 임대 거래는 월 판매마감일로부터 40일에서 20일로 줄어든다. 공포 후 1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되고 시행 이후 상품을 수령하거나 판매하는 건부터 적용된다.
Mr. Latte 의 시각
받는 쪽과 주는 쪽이 한 조문 안에 같이 있다. 브랜드를 만들어 대형 유통에 넣는 팀은 직매입 기준으로 최대 25일 빨리 정산을 받지만, 직매입으로 물건을 사서 파는 모델로 소매 매출 1천억 원 선을 넘어가는 팀은 같은 날수만큼 현금이 일찍 빠진다. 공정위 원안이 30일이었고 국회가 35일로 조정한 것을 보면 방향은 이미 정해졌고, 남은 변수는 하위 법령이 예외 절차를 얼마나 무겁게 만드느냐다.
줄어든 날짜는 둘이고 세는 기준일은 그대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9월 1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줄어든 기한은 두 갈래다. 백화점과 면세점, TV홈쇼핑, 복합쇼핑몰이 주로 쓰는 특약매입과 위수탁, 임대 거래의 대금 지급 기한은 월 판매마감일로부터 40일 안에서 20일 안으로 줄어든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직매입으로 판매하는 이커머스가 쓰는 직매입 거래는 상품수령일로부터 60일이던 기한이 35일이 된다.
바뀐 것은 날짜뿐이며, 날짜를 세기 시작하는 기준은 그대로다. 특약매입과 위수탁, 임대 거래는 한 달 치 판매를 마감한 날부터 세고, 직매입 거래는 물건이 들어온 날부터 센다. 직매입도 한 달에 한 번 몰아서 정산한다면 매입마감일인 월 말일로부터 20일 안에 지급하는 것으로 갈음할 수 있다.
공정위가 낸 30일에 국회가 닷새를 붙였다
공정위가 처음 내놓은 안은 직매입 30일이었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유통업체의 부담과 수용 가능성을 고려해 35일로 조정됐다. 이번 개정은 티몬과 위메프 사태, 그리고 홈플러스 회생절차에서 출발했다. 공정위는 이를 계기로 대금 지급 실태를 다시 살폈고, 2025년 2월부터 11개 업태 111개 유통 브랜드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닷새가 붙었다고 완화된 것으로 읽으면 개정의 방향을 놓친다. 60일에서 35일로 줄어드는 것은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축소다. 남은 세부 사항은 하위 법령에서 정해지며, 공정위는 개정 법률이 공포되는 대로 그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유통업자라는 말에 걸리는 선은 두 개다
이 법에 따라 의무를 지는 쪽은 대규모유통업자다. 공정위가 안내하는 기준은 둘이며, 하나만 넘어도 적용 대상이 된다. 직전 사업연도 소매업종 매출액이 1천억 원 이상이거나, 소매업에 쓰는 점포의 매장면적 합계가 3천 제곱미터 이상이면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브랜드를 만들어 그런 유통에 넣는 팀에는 이번 개정으로 대금이 들어오는 날짜가 앞당겨진다. 직매입 기준으로 최대 25일이 당겨지고, 그 25일을 버티려고 운전자금을 당겨 쓰는 기간도 함께 짧아진다. 반대로 물건을 직접 사서 파는 모델로 규모를 키운 팀이 그 선을 넘는 순간, 재고에 묶인 돈이 나가는 날도 함께 당겨진다. 매출이 커질수록 길게 쓸 수 있던 남의 돈이 기준선 위에서 성격을 바꾼다.
미룰 수 있는 사유 가운데 하나는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예외는 두 갈래로 적혀 있다. 천재지변이나 납품업자 등의 채권에 대한 압류처럼 유통업자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는 승인 절차 없이 예외로 인정된다. 그와 별개로 직매입에 한해 파산과 회생, 급격한 현금 흐름의 악화 같은 긴급한 경영상의 우려가 있을 때 지급기한에 예외를 둘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두 갈래를 한 덩어리로 읽으면 현금이 마르면 알아서 늦춰도 된다고 오해하기 쉽다. 자금이 막혀 지급을 미루려면 신청과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 절차에 걸리는 시간은 대금을 기다리는 납품업체의 사정과 무관하게 흐른다. 회생이라는 말이 예외 사유에 그대로 들어간 것은 이 개정이 어떤 사건에서 출발했는지를 보여 준다.
계약서에서 먼저 볼 것은 숫자가 아니라 기준일이다
시행일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날이고, 법 시행 이후에 상품을 수령하거나 판매하는 건부터 적용된다. 기준은 계약을 맺은 날이 아니라 물건이 오간 날이다. 따라서 지금 쓰는 거래계약서의 지급 조건은 시행일을 넘겨 그대로 둘 수 없다.
한 해는 길어 보이지만, 정산 주기를 바꾸려면 회계와 시스템, 자금 계획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납품하는 쪽이라면 계약서에 적힌 기준일이 판매마감일인지 상품수령일인지부터 확인하고, 매입하는 쪽이라면 자기 거래가 두 기준 가운데 어디에 걸리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60일이 35일이 됐다는 사실보다 어느 날부터 세느냐가 실제 입금일을 더 크게 좌우한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