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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정책

리픽싱을 어디까지 막을지는 시행령이 정하고, 적용은 새 계약부터다

게시일: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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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벤처투자조합 운용사가 투자계약에 불공정한 조건을 넣지 못하게 하는 벤처투자법 개정안이 9월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경영성과 지표를 이유로 조기 상환을 강제하는 조건, 상장 실패를 이유로 증권 가격을 과도하게 조정하는 조건 등이 금지되고 그 조항만 무효가 된다. 2027년 3월 30일 이후 새로 맺는 계약부터 적용된다.

Mr. Latte 의 시각

법은 금지할 조건의 이름만 적고 기준 숫자는 비워 뒀다. 유예기간이 며칠인지, 가격을 몇 퍼센트까지 조정해도 되는지는 시행령이 정하는데, 지금 견줘 볼 숫자는 모태펀드 출자 공고에 적힌 2개월과 30%다. 그 사이 도장을 찍는 라운드에는 이 조문이 적용되지 않으니, 내년 3월 전에 받는 텀시트는 여전히 협상 과정에서 걸러야 한다.

금지 목록에 오른 조건 넷, 지워지는 것은 그 조항뿐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9월 22일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법은 9월 29일 공포되고 2027년 3월 30일부터 시행된다. 이재관 의원 등 13명이 2025년 12월 22일 발의했고, 국회는 9월 3일 본회의에서 수정가결했다. 내용은 두 갈래다. 하나는 벤처투자회사의 대주주 등이 투자 결정이나 조합 운용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금전이나 향응을 주고받는 행위를 막는 내용이다. 창업자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다른 하나인 제52조의2 신설이다.

이 조항은 벤처투자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 곧 펀드 운용사가 조합 돈으로 투자할 회사와 계약할 때 넣을 수 없는 조건을 정했다. 먼저 정당한 사유 없이 경영성과 지표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투자금의 조기 상환을 강제하는 조건을 금지한다. 조기 상환을 강제하면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유예기간을 주지 않는 조건도 금지 대상이다. 세 번째 호는 흔히 리픽싱이라 부르는 조건이다. 회사가 증권시장에 상장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를 넘어 최초 투자계약 때 정한 증권 가격을 조정하는 조건도 금지한다. 국회 검토보고서는 기업가치가 떨어지거나 더 낮은 값에 후속 투자가 들어왔을 때 상환전환우선주 같은 전환형 증권의 전환가격을 조정해 투자자의 지분 희석을 줄이는 장치라고 리픽싱을 설명했다. 마지막 호는 앞의 셋에 준하는 현저하게 불공정한 조건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대통령령에 맡겼다.

금지된 조건이 계약서에 들어가면 그 부분만 무효가 된다. 투자계약 전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 투자금과 나머지 조항은 그대로 남는다. 처음 발의안에는 네 번째 호의 조건만 벤처투자 대상 기업에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에 무효로 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었다. 국회 상임위원회는 이 단서를 지우고 네 호를 같은 기준으로 묶었다.

유예기간과 조정 범위는 빈칸으로 남았다

법률은 금지선이 어디인지 적지 않았다. 유예기간은 얼마인지, 증권 가격은 어디까지 조정할 수 있는지 모두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중기부는 시행 전에 하위법령을 정비하겠다고 밝혔지만, 보도자료에는 시행령에 담길 숫자가 없다.

참고할 숫자는 이미 다른 문서에 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2026년 3월에 낸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불공정 계약 요건은 모태펀드 기준규약에 먼저 들어가 있었다. 검토보고서가 인용한 모태펀드 2026년 1차 정시 출자사업 계획 공고(1월 23일)는 여섯 가지 행위를 불공정 계약으로 꼽았다. 그중 하나는 조기 회수 사유로 만기 전에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통보 후 최소 2개월 이상 상환 준비 기간을 주지 않는 행위다. 국내 주식시장 상장 실패를 이유로 최초 계약 때 정한 주식 가격을 30% 이상 조정하는 행위도 들어 있다. 준비 기간은 투자업체와 합의하면 주지 않아도 된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이 기준을 어긴 운용사에 대한 제재는 모태펀드 출자사업의 자펀드 선정에서 제외하는 것이었다. 검토보고서는 이 제재가 모태펀드에만 한정된다고 적었다. 모태펀드 돈이 들어가지 않은 조합에는 이 기준이 닿지 않았다. 개정법의 앞 세 호는 공고의 여섯 항목 가운데 경영성과를 이유로 한 조기 회수, 상환 준비 기간, 상장 실패에 따른 가격 조정과 겹치고, 적용 범위는 벤처투자조합 전반이다. 나머지 항목이 대통령령에 들어갈지는 네 번째 호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할 시행령에 달렸다.

징역형이 빠지고 등록 취소가 들어오기까지

처음 발의안은 이를 위반한 업무집행조합원을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대주주 행위제한을 어겼을 때와 같은 수준이다. 검토보고서는 불공정 계약 체결을 대주주 등의 불법행위와 같은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입법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중기부도 유사 규정과의 형평성, 불공정 계약 체결에 관한 입법례, 스타트업의 투자유치 환경이 나빠질 우려를 들어 벌칙 대신 행정처분을 두자는 의견을 냈다.

상임위원회는 5월 20일 이 방향으로 법안을 고쳐 의결했다. 형사처벌 조항을 지우고, 창업기획자와 벤처투자회사, 벤처투자조합의 등록 취소 조항에 불공정 계약조건 설정을 사유로 넣었다. 이 사유에 해당하면 중기부 장관은 등록 취소, 6개월 이내 업무정지, 시정명령, 경고 가운데 하나를 내리거나 3년의 범위에서 이 법에 따른 지원을 끊을 수 있다. 불공정 계약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으면 공무원이 운용사 사무소에 들어가 장부와 서류를 검사할 수 있다는 근거도 새로 생겼다. 법제사법위원회는 8월 26일 자구를 고쳐 다시 수정가결했다. 법사위 검토보고서는 조문에 나오는 증권시장의 뜻을 자본시장법 조항을 인용해 분명히 하자고 했다.

지금 도장을 찍는 라운드는 이 조문 밖에 있다

부칙 제2조는 새 조항을 법 시행 뒤 처음 맺는 계약부터 적용한다고 정했다. 이미 서명한 투자계약서는 대상이 아니며, 공포일부터 2027년 3월 29일까지 맺는 계약도 마찬가지다. 지금 협상 중인 라운드라면 이 조항을 근거로 조건을 지울 수 없다. 그사이 정부가 내놓은 기준은 6월 30일 개정해 배포한 벤처투자 표준투자계약서와 해설서다.

조문이 의무를 부과한 대상도 좁다. 대상은 벤처투자조합이 투자하려는 회사와 계약하는 업무집행조합원이다. 같은 운용사라도 회사의 자기 자금으로 투자하거나 다른 법률에 근거한 조합으로 투자하는 계약은 조문의 문언에 들어 있지 않다. 텀시트를 받으면 돈이 어느 기구에서 나오는지부터 확인해 두어야 시행 뒤 이 조문을 적용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시행령안이 입법예고되면 유예기간과 가격 조정 범위의 숫자가 처음 공개된다. 모태펀드 공고의 2개월과 30%에서 그 숫자가 얼마나 달라지는지가 다음에 확인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