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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정책

정부가 챗봇 요금을 대신 내는 시장에서 국내 AI 제품은 무엇을 파나

게시일: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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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8월 28일 '모두의 AI' 사업자로 SK텔레콤과 카카오, KT 세 컨소시엄을 뽑았고 9월 4일 착수 간담회에서 세 곳이 서비스 계획을 내놨다. 카카오는 접점을 카카오톡과 전화로 잡았다. 내년 예산 2,500억원 가운데 500억원은 외부 기업이 만든 서비스를 이 세 플랫폼에 연계하는 데 쓴다.

Mr. Latte 의 시각

정부가 범용 대화를 무료로 만들면 그 층에서 값을 받던 제품은 자리를 잃는다. 그런데 500억원이 외부 서비스 연계에 붙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 판이 열린 시장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절차가 심사와 계약으로 굳으면 결국 이름 있는 회사들이 먼저 들어가고, 문서 한 장이면 되는 구조라야 작은 팀 몫이 생긴다. 지금 정해진 것은 금액이고, 열릴지 닫힐지는 10월에 나오는 규격이 정한다.

국산 챗봇이 놓이는 자리는 앱스토어가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월 28일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맡을 사업자로 SK텔레콤과 카카오, KT 세 컨소시엄을 뽑았다. 공모에는 여섯 곳이 제안서를 냈다. 발표문에는 세 곳이 서비스를 어디에 놓을지도 적혀 있다. 카카오는 국민이 매일 쓰는 메신저를 진입점으로 삼아 범용 챗봇과 AI 에이전트를 한자리에서 쓰게 하겠다고 했다. SK텔레콤은 요청 하나로 계획 수립부터 실행, 결과 확인까지 처리하는 실행형 AI를 내놓겠다고 했다. KT는 이어지는 대화 안에서 정보를 찾고 비교하는 일부터 공공 서비스 실행과 관리까지 묶겠다고 밝혔다.

세 문장이 공통으로 가리키는 것은 설치가 필요 없는 채널이다. 카카오는 같은 날 낸 보도자료에서 접점을 카카오톡과 전화 두 가지로 못 박았다. 이름을 밝힌 참여사로는 LG유플러스와 LG AI연구원, LG전자, LG CNS,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있다. 서울대학교병원과 신한은행, 루닛, 크라우드웍스, 퓨리오사AI, 자비스앤빌런즈, 데이원컴퍼니, 원더풀플랫폼, 웍스피어도 참여한다. 대기업 컨소시엄이라는 말로 뭉뚱그리기에는 스타트업이 여럿 포함돼 있다.

일정은 문서마다 조금씩 다르다. 카카오 보도자료에는 9월 베타 공개와 연내 정식 출시가 적혔고, 9월 4일 착수 간담회에서는 10월 비공개 베타와 연내 정식 출시가 언급됐다. 달력에 적어 둘 달은 10월이다. 그때 세 플랫폼의 실제 화면이 처음 밖으로 나온다.

2,500억원이 세 갈래로 갈린다

돈의 구성을 보면 이 사업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정부가 내년 ‘모두의 AI’에 잡은 예산은 2,500억원이며, 세 덩어리로 나뉜다.

1,700억원은 GPU 확보에 쓴다. 엔비디아 B200으로 환산하면 약 2,000장을 빌릴 수 있는 규모다. 300억원은 시스템 운영과 서비스 안정성 확보에 쓰는 컨소시엄 운영비다. 세 곳에 각각 100억원씩 돌아간다. 나머지 500억원은 공공 AI 에이전트와 개인 맞춤형 검색처럼 에이전트 생태계를 넓히는 데 쓴다.

올해 몫은 이와 별개다. 선정 발표문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세 사업자에게 모두 합쳐 GPU B200 512장을 지원한다. 512장과 2,000장의 차이는 이 사업이 내년에 몇 배로 커지는지를 보여준다. 다만 내년 수치는 정부 예산에 반영된 값이며, 예산은 국회를 거쳐 확정된다.

500억원짜리 줄은 컨소시엄 밖을 향한다

창업자가 세 항목 가운데 먼저 볼 것은 마지막 500억원이다. 이 항목의 용도에는 외부 기업이 개발한 서비스를 세 플랫폼에 연계하는 일도 적혀 있다.

뜻은 분명하다. 이번 공모에서 떨어졌거나 아예 지원하지 않은 회사도 나중에 자기 에이전트를 이 플랫폼 위에 올릴 자리가 예산 항목으로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 컨소시엄 명단에 의료 인공지능, 데이터 가공, AI 반도체, 세무, 교육 회사가 섞여 있는 것도 같은 구조를 보여준다. 주관사는 통신사와 플랫폼이지만 그 위에 올라가는 서비스는 다른 회사가 만든다.

그 연계가 어떤 절차로 열릴지는 아직 공개된 문서에 나와 있지 않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항목과 금액뿐이다. 공고가 나오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은 자기 제품을 대화 한 줄로 호출할 수 있는 단위로 쪼개 놓는 정도다.

경쟁을 유도하지 않는다는 말과 이용량으로 나눈다는 말

9월 4일 간담회에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컨소시엄 사이의 경쟁을 유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김경만 AI정책실장은 내년 3월 이후 컨소시엄별 이용량을 확인해 가입자와 활동이 많은 쪽에 예산을 더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두 발언은 같은 날 같은 행사에서 나왔다. 앞의 말은 세 곳을 중간에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뒤의 말은 GPU 1,700억원이 성적표에 따라 움직인다는 뜻이다. 세 곳이 내건 연말 이용자 목표는 각각 500만 명이다.

어느 플랫폼에 붙을지 고르는 쪽에는 이 두 문장이 실무 정보다. 한 곳에만 붙으면 내년 3월 이후 배분에서 밀린 쪽과 함께 묶인다. 연계 규격이 공개되면 세 곳 모두에 붙일 수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낫다.

값을 매길 자리는 범용 바깥으로 옮겨간다

이 사업은 범용 AI 챗봇을 비용과 이용량 제한 없이 쓰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에서 범용 대화 자체를 구독으로 파는 제품은 연말부터 그 무료 선택지 옆에 놓인다. 답변 품질로 가격을 방어하는 방식은 정부가 GPU 임차료를 대는 상대 앞에서 오래 버티기 어렵다.

남는 유료 자리는 범용 대화가 아닌 곳에 있다. 회사 내부 데이터와 연결해야 답이 나오는 일, 결재와 승인 같은 업무 절차가 걸린 일, 틀렸을 때 누가 책임지는지 계약서에 적어야 하는 일이다. 이 셋은 전 국민 서비스가 가져가기 어려운 자리다.

10월 비공개 베타에서는 세 플랫폼이 외부 서비스를 대화 안에 어떤 형식으로 넣는지가 처음 드러난다. 그때 볼 것은 챗봇이 얼마나 잘 답하느냐가 아니다. 연계 규격이 문서 한 장으로 끝나는지, 아니면 심사와 계약을 통과해야 하는지다. 그 형식이 500억원의 행선지를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