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스타트업
AI 계약을 따는 데 걸린 반년이 그대로 그 계약의 수명이다
게시일: 2026-09-09
요약
마드로나가 8월 13일 낸 기업 AI 리포트에서 응답 기업의 77%가 최소 6개월마다 AI 벤더를 다시 검토한다고 답했고 29%는 상시로 본다고 했다. 같은 조사에서 거래의 52%는 6개월 안에 닫히고, 83%는 지난 1년 파일럿의 절반도 프로덕션으로 넘기지 못했다. 파는 속도와 갈아타는 속도가 같은 자리에 놓였다.
Mr. Latte 의 시각
연간 반복 매출이라는 말이 이 시장에서는 12개월짜리 약속이 아니다. 마드로나 수치가 가리키는 것은 이탈률 자체가 아니라 재검토 주기이고, 그 주기가 영업 사이클과 길이가 같아서 새 계약을 따는 손과 기존 계약을 지키는 손이 나뉘지 않는다. 예산을 늘리겠다는 74%를 성장 신호로 읽기 전에, 그 예산이 반년마다 다시 배분된다는 조건을 같이 봐야 한다.
52%와 77%가 같은 반년을 가리킨다
마드로나가 8월 13일에 낸 기업 AI 리포트에는 숫자 두 개가 나란히 나온다. 거래의 52%가 6개월 안에 닫힌다. 기업의 77%는 최소 6개월마다 AI 벤더를 다시 검토하고, 그중 29%는 아예 상시로 검토한다.
두 수치를 붙여 놓으면 이 시장의 계약 수명이 보인다. 반년을 들여 따낸 계약이 반년 뒤 같은 심사대에 다시 오른다. 조사 대상은 기업 의사결정자 150명이며, 여기에 엔지니어링 실무자 설문과 5년치 IA40 목록 데이터를 더했다.
예산 자체는 늘어난다. 응답 기업의 74%가 앞으로 12개월 동안 AI 예산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다만 늘어난 예산이 같은 벤더에게 다시 간다는 보장은 이 조사 어디에도 없다.
파일럿을 세는 말과 기업을 세는 말은 다르다
같은 리포트에 나온 전환율 수치는 이렇다. 기업의 83%가 지난 12개월 동안 AI 파일럿의 절반 미만만 프로덕션으로 넘겼다. 3분의 1이 넘는 기업은 4분의 1도 넘기지 못했고, 4분의 3을 넘긴 기업은 1%였다.
이 대목은 옮겨 적을 때 자주 어긋난다. 절반이 안 되는 파일럿만 프로덕션에 갔다는 문장과 기업의 83%가 파일럿의 절반 미만을 넘겼다는 문장은 세는 대상이 다르다. 앞 문장은 파일럿을 세고 뒤 문장은 기업을 센다. 벤더 입장에서는 후자가 더 나쁜 소식이다. 우리 파일럿 하나가 잘돼도 고객사 안의 다른 파일럿들과 함께 잘려 나갈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확장 결정을 가르는지도 조사에 나와 있다. 최종 사용자의 실제 사용과 피드백을 상위 세 요인 안에 꼽은 응답자가 65%였다. AI 도구를 찾는 경로 중에는 내부 기술팀의 자체 조사가 4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탈은 제품이 아니라 가격대에서 갈린다
재검토가 잦다는 사실만으로는 어디가 위험한지 알 수 없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데이터가 카일 포야르와 차트모굴이 낸 리텐션 리포트다. 소프트웨어 회사 3,500곳의 웹사이트를 긁어 B2B SaaS 약 2,700곳, B2C SaaS 약 600곳, AI 네이티브 약 200곳으로 나눈 뒤, ARR 25만 달러를 넘긴 회사들의 2025년 연환산 리텐션을 비교했다.
중앙값은 이렇게 갈렸다. B2B SaaS의 순매출유지율은 82%였고 상위 4분위는 97%였다. B2C는 49%였다. AI 네이티브는 총매출유지율 40%, 순매출유지율 48%로 B2C보다 낮았다.
가격대별로 다시 나누면 그림이 달라진다. 월 250달러를 넘게 받는 AI 제품은 총매출유지율 70%, 순매출유지율 85%로 B2B SaaS와 거의 같았다. 월 50달러에서 249달러 구간은 각각 45%와 61%였고, 월 50달러 미만은 23%와 32%까지 내려갔다. 같은 AI 제품인데도 가격표 하나로 유지율이 세 배 가까이 벌어진다.
같은 리포트에는 회복 신호도 있다. AI 네이티브의 총매출유지율 중앙값은 2025년 1월 27%에서 9월 40%로 올라갔다. 초기의 구경꾼이 빠져나간 뒤 남은 쪽이 더 오래 붙어 있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갱신 자리에 내밀 기록이 있는가
국내 팀이 이 두 조사를 함께 볼 때 가장 크게 걸리는 대목은 PoC다. 대기업 PoC를 수주로 잡아 매출 계획을 세우는 관행이 있지만, PoC 예산과 운영 예산은 결재선도 다르고 재검토 주기도 다르다. 6개월 뒤 갱신 심사에서 요구받는 것은 데모가 아니라 그동안의 사용 기록이다.
그래서 지금 손볼 곳은 요금표가 아니라 계측이다. 누가 얼마나 자주 쓰는지, 그 사용이 고객사 안에서 어떤 업무를 대체했는지, 그 업무의 담당자가 계속 쓰겠다고 말할 근거는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최종 사용자의 사용과 피드백이 확장 결정의 상위 요인이라고 답한 65%가 가리키는 곳이 여기다. 로그를 남기지 않은 6개월은 갱신 회의에서 백지나 다름없다.
ARR을 발표할 때 실험성 지출과 운영 지출을 갈라 세는 것도 같은 이유로 해야 할 일이다. 두 줄을 합쳐 놓으면 성장률은 커 보이지만, 반년 뒤 어느 줄이 사라질지는 스스로도 알 수 없다.
계약서에서 확인할 칸은 둘이다. 갱신 시점이 언제인지, 그리고 그 시점에 우리가 내밀 기록이 어디에 쌓이고 있는지. 이 둘이 비어 있으면 갱신 협상은 처음부터 다시 파는 일과 같아진다.
참고 자료